주릴 기(飢)에 주릴 아(餓). 기아는 즉 '먹을 것이 없어 굶고 주림'이라는 뜻입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기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내뱉는 이 말
“아 배고프다.”
살면서 배고픔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리 몸에서 보내는 신호인 배고픔. 그러나 가장 일차원적이면서도 인류 보편적인 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매일 굶주리는 전 세계 11명 중 1명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80억 명의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7억 3,300만 명, 그러니까 전 세계 11명 중 1명은 매일 굶주리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죠. 아프리카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기아 인구는 5명 중 1명으로 늘어납니다.
단순히 굶주림을 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28억 명은 필수 영양 성분을 충족하지 못하는 영양가 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데요. 2019년 이후 기아 인구는 1억 5,200만 명 증가했으며, 매년 245만 명의 5세 미만 아동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유엔이 채택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두 번째 목표인 기아 종식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이후에 발생한 COVID-19 팬데믹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 및 갈등, 그리고 기상이변 등의 영향으로 기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죠.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세계 기아 지수(Global Hunger Index)에서 정의한 ‘낮은 수준의 기아’에 도달하는 데만도 130년 이상, 즉 2160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1. 빈곤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원인인 빈곤은, 음식을 구매할 돈이 없어 사람들을 굶주리게 합니다. 설령 음식을 구매할 수 있더라도 대부분 영양가가 낮은 식품에 한정되어 영양실조의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2. 기후 변화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면서 농업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는 곧 식량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역시 취약 계층입니다.
3. 팬데믹과 분쟁
팬데믹과 분쟁은 식량 공급망을 붕괴시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과 봉쇄 조치는 농작물 수확과 유통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식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초래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고 소득이 줄면서 다시 빈곤의 문제에 처하게 됩니다. 분쟁 지역에서는 농업 활동이 중단되고 난민이 늘어나면서 기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집니다.
생후 첫 1,000일이 좌우하는 평생의 건강
생후 첫 1,000일 동안 영양실조를 겪는 아이는 평생에 걸쳐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마주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별히 산모의 영양실조가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임산부의 건강과 영양 상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가장 어려운 재난과 분쟁 지역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인 여성과 아이들을 지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지금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
하지만 현재 상황과 눈에 보이는 수치가 절망적이라고 해서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의 시간 동안 기아 퇴치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기아를 완전히 종식할 수는 없더라도, 기아에 맞서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노력해야 하는 반증이 되기도 합니다.
메데어는 1989년부터 지금까지, 영양실조가 극심한 남수단, 수단,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13개국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보건 및 영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에게 치료식을 먹이고 보살피며, 산모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2023년에만 3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도왔으며, 그중에는 기아로 고통받는 99만 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함께라면, 우리는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고통당하는 아이들과 수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작은 마음과 손길로 우리는 생후 1,000일을 앞둔 한 아이의 평생 건강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모두의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한 명의 세상을 바꾸는 일. 이번 연말, 그 어느 것보다도 값지고 가치 있는 이 일에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크리스마스, 한 끼의 기적 선물하기
글. 이정은
[문의]: 메데어 코리아 korea@medair.org
우리가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내뱉는 이 말
“아 배고프다.”
살면서 배고픔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리 몸에서 보내는 신호인 배고픔. 그러나 가장 일차원적이면서도 인류 보편적인 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매일 굶주리는 전 세계 11명 중 1명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80억 명의 인구를 충분히 먹여 살리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7억 3,300만 명, 그러니까 전 세계 11명 중 1명은 매일 굶주리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죠. 아프리카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져, 기아 인구는 5명 중 1명으로 늘어납니다.
단순히 굶주림을 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 세계 인구의 35%에 해당하는 28억 명은 필수 영양 성분을 충족하지 못하는 영양가 없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데요. 2019년 이후 기아 인구는 1억 5,200만 명 증가했으며, 매년 245만 명의 5세 미만 아동이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5년 뒤 목표가 130년으로 미뤄지기까지
유엔이 채택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두 번째 목표인 기아 종식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이후에 발생한 COVID-19 팬데믹과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 및 갈등, 그리고 기상이변 등의 영향으로 기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죠.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세계 기아 지수(Global Hunger Index)에서 정의한 ‘낮은 수준의 기아’에 도달하는 데만도 130년 이상, 즉 2160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세계 기아 문제의 주요 원인 세 가지
1. 빈곤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원인인 빈곤은, 음식을 구매할 돈이 없어 사람들을 굶주리게 합니다. 설령 음식을 구매할 수 있더라도 대부분 영양가가 낮은 식품에 한정되어 영양실조의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2. 기후 변화
기후 변화로 인해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면서 농업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이는 곧 식량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은 역시 취약 계층입니다.
3. 팬데믹과 분쟁
팬데믹과 분쟁은 식량 공급망을 붕괴시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과 봉쇄 조치는 농작물 수확과 유통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식량 부족과 가격 상승을 초래합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실직하고 소득이 줄면서 다시 빈곤의 문제에 처하게 됩니다. 분쟁 지역에서는 농업 활동이 중단되고 난민이 늘어나면서 기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집니다.
생후 첫 1,000일이 좌우하는 평생의 건강
생후 첫 1,000일 동안 영양실조를 겪는 아이는 평생에 걸쳐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마주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특별히 산모의 영양실조가 아이에게 대물림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임산부의 건강과 영양 상태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가장 어려운 재난과 분쟁 지역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인 여성과 아이들을 지키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지금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
하지만 현재 상황과 눈에 보이는 수치가 절망적이라고 해서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의 시간 동안 기아 퇴치에 엄청난 진전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기아를 완전히 종식할 수는 없더라도, 기아에 맞서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고 노력해야 하는 반증이 되기도 합니다.
메데어는 1989년부터 지금까지, 영양실조가 극심한 남수단, 수단,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13개국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보건 및 영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에게 치료식을 먹이고 보살피며, 산모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2023년에만 3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도왔으며, 그중에는 기아로 고통받는 99만 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함께라면, 우리는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고통당하는 아이들과 수많은 이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작은 마음과 손길로 우리는 생후 1,000일을 앞둔 한 아이의 평생 건강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모두의 세상을 바꿀 수는 없어도 한 명의 세상을 바꾸는 일. 이번 연말, 그 어느 것보다도 값지고 가치 있는 이 일에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크리스마스, 한 끼의 기적 선물하기
글. 이정은
[문의]: 메데어 코리아 korea@medai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