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야기]메데어 대표는 사무실에 개인방이 있다? 없다? – 앤 라이체마 단독 인터뷰

2023-11-24
조회수 279
오늘은 메데어의 CEO 앤 라이체마와 인터뷰하려고 하는데요! 앗 잠깐만, 왜 방에 안 계시고 여기 계세요?
사무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표실 하나쯤은 없애버린, 긴급구호에 찐인 그녀를 만나보겠습니다!


“찐”이라는 말, 모두 한 번쯤은 들어보셨죠?

여기는 찐 맛집이야. 너는 정말 찐이구나. 심지어 노래 제목으로 등장하기까지 했는데요,

진짜임을 강조하기 위해, 혹은 무엇에 진심인 마음을 나타내고자 할 때 사용하는 말이지요.

오늘은 긴급구호에 찐인 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스위스 긴급구호 NGO 메데어의 5번째 CEO, 앤 라이체마를 모시겠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앤. 우선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메데어 CEO 앤 라이체마입니다. 제가 메데어에 처음 들어온 게 2004년이니까, 어느새 1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그동안 저는 아프리카의 짐바브웨, 앙골라, 우간다, 수단, 남수단, 그리고 소말리아에서 14년간 현장 경험을 쌓은 뒤 메데어의 전체 국가 프로그램 총괄디렉터를 거쳐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서서 일하시나요?

메데어 사무실에는 지정된 자리가 없어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 공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재택과 사무실 근무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어요. 저도 예외가 없답니다. 아무 자리나 앉아서 일하고, 회의합니다. 짐은 각자 개인 사물함에 보관하죠. 특히 저는 필요할 때마다 긴급구호 현장에 나가기 때문에, 제 방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 짐을 보관하는 개인 사물함과 에어컨 대신 사용하는 선풍기



대학에서 3개의 복수전공, 석사과정에서도 2개를 복수전공 하셨고, 메데어의 CEO뿐 아니라 UN에서도 글로벌 긴급구호 디렉터로 활동하고 계시다던데, 어떻게 해서 인도주의 분야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나 그곳의 줄루족 사람들과 함께 자랐는데요, 11살이 되었을 때 그곳에 유혈 충돌이 일어나 저와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죽고 말았어요. 그 경험을 계기로 분쟁과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를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죠.

대학에 진학하면서 사회복지학과 심리학, 사회학을 공부하고, 석사 과정으로 상담학과 신학 공부까지 마치고 나니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해졌어요. 바로 관계를 통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회복과 화해를 도모하는 것이었죠. 메데어를 처음 소개받은 날, 이곳이야말로 저의 가치관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 확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어요.


앤-라이체마-메데어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는 메데어의 비전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를 소개하실 때 제가 긴급구호에 진심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그 말은 메데어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메데어의 소명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에요. 그러기에 사람들에게 잊히고 외면당하는 “가장 어려운 곳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을 돕는 거죠. 다른 모든 기관이 구호사업을 정하며 ‘끝’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에서 메데어는 시작합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가 메데어의 미션이죠.

가장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있는 곳, 아무도 가지 않는 곳, 그곳이 바로 메데어가 있어야 할 자리예요.

메데어의 또 하나의 특징은 건강한 공동체예요. 맛있는 음식을 먼저 먹어봐야 맛을 흉내 낼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안에서 자체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통해 회복과 조화를 경험해 봐야 비로소 우리가 돕는 사람들에게도 모범이 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렇게 메데어에서 경험한 교제와 협력의 관계는 개인적으로도 저를 몇 번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와주었답니다.



메데어는 스위스를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그리고 미국까지 진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아시아의 첫 사무국으로 한국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의 따듯한 정(情) 문화와 기독교 영향력, 주변 국가와의 접근성, 높은 교육 수준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구호 현장에서 만난 한국인 봉사자들의 책임감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국 봉사자들의 책임감은 타 국가 봉사자보다 뛰어나요. 한국은 이미 국제 사회와 이슈에 충분히 관심을 보이고 있고, 더 큰 원조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많은 나라예요. 주는 자의 기쁨이 받는 이의 기쁨보다 더 크다고 하잖아요. 우리는 한국이 이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요. 그리고 앞으로 메데어가 아시아 국가들의 위기와 재난에 더 빠르게 대응하려는 목적에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 사무국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군요. 다만 한국에는 이미 수많은 NGO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중에서 메데어만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메데어는 정말 투명한 곳이에요. 정말 필요한 곳에만 후원금을 사용하죠. 우리는 전체 지출의 92% 이상을 긴급구호 활동에 사용해요. 후원금을 투명하고,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함을 증명하는 스위스의 ZEWO 인증과,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평가인 CHS 인증 외에도 여러 인증을 받았어요.

그뿐만 아니라 메데어는 긴급구호 전문가예요. 다른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오직 재난과 분쟁의 최일선 현장에서 긴급구호에 힘쓰죠. 그리고 그 현장에는 모든 스태프와 봉사자들을 지도하고 이끌어 줄 전문가들이 있어요. 긴급한 상황에서도 민첩하고 안전하게, 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죠.


메데어 본부 사무실 모습. 불도 켜지 않은 채 근무 중이다.



아프리카 구호 현장에서도 14년간 계셨다고 들었는데요, 현지 생활의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2004년에 메데어에 들어와 처음 구호 현장으로 파견되고 나서부터 약 10년간, 제 월급은 딱 100불이었어요. 직원들을 위한 공용 숙소와 먹을 음식은 제공되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턱없이 낮은 금액이었죠. 위험하고 희생이 따르는 일이기에 돈을 많이 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메데어는 진짜로 헌신할 사람을 찾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인도주의 분야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죠. 이렇게 아낀 비용으로 구호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살리고자 함은 말할 것도 없고요.

지금은 제가 처음 받았던 월급에 비해 10배가 올랐지만, 여전히 평균 임금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고, 이 분야에 경력이 있다고 해서 예외는 없어요. 그럼에도 메데어의 여러 현장 직원들이 계속해서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깊은 절망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그 기쁨이 돈의 값어치를 훨씬 뛰어넘을 만큼 값지고 귀하기 때문이에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메데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한국 청중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가요?

코로나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분쟁과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제일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역시나 가장 취약한 이들이에요. 심지어 그들이 사는 곳은 자연재해에도 가장 취약한 곳이어서, 기후변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겪고 있죠.

여러분은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모든 인간은 동등하다는 말이 와닿으시나요? 하지만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은 달라지겠죠. 그렇게 잊혀진 사람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내어주기 시작한다면, 그것이 바로 생명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에요. 이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을 함께해 보지 않으실래요?


2022년 한국 방문 당시 연세대학교에서 강연하는 앤 라이체마 



글. 이정은


[문의]: 메데어 코리아 korea@medai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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