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야기]우크라이나 전쟁 속, 작은 마을을 떠나지 않은 의사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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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가 여기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가 여기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날짜 개념을 잃어버렸고, 그 다음에는 요일 개념까지 잃어버렸습니다. 마치 끝나지 않는 길고 긴 하루처럼 느껴졌어요.” 스빗라나가 말했습니다.

 

스빗라나는 20,0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우크라이나의 작은 마을 트로스티아네츠의 1차 의료 시설에서 일하는 57세 의사입니다. 그녀의 진료실은 깔끔했고, 의약품 냄새가 났습니다. 창가에는 여러 개의 화분이, 벽에는 의료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걸려있었습니다. 처음에 웃으며 농담을 던지던 그녀는 지난 몇 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내 목소리를 떱니다.



"2월 24일, 출근하고 있는데 동료로부터 전화가 울렸어요. 전쟁이 터졌다는 전화였어요. 생각은 했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었어요. 저는 급히 밖으로 나왔어요.

전차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고, 죽은 군인들의 시체가 도로 위에 있었으며, 차 안에는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가족들이 있었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저는 그 즉시 마을의 1차 보건소로 달려갔는데, 이미 제 동료들이 사람들을 치료하고 살리기 위해 약물과 장비를 챙기고 있었어요. 우리는 의사들이 집에서 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스빗라나는 말했습니다.



스빗나라와 동료들은 한 번도 그들의 마을, 트로스티아네츠를 떠날 생각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의료 서비스가 없는 이곳 사람들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전쟁 첫날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빠져나갈 시간이 없었어요. 저는 제가 여기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제가 여기서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스빗라나가 창밖을 보며 말했습니다.



스빗라나는 이야기를 이어가다 잠깐 멈추었습니다.

밖에는 그녀가 다 세기도 힘들만큼 많은 전차가 있었습니다. 마을로 공급되는 식량이 없어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것을 서로 나누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두려움으로 집에 머물러 있었지만, 스빗라나와 그녀의 동료들만큼은 계속해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들의 결의는 어떤 두려움도 이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인슐린에 의존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기차역 근처에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약국이 하나 있었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약국 주인의 허가를 받은 후, 스빗라나와 동료들은 위험을 피해 망가진 약국으로 몰래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가능한 모든 약품과 기저귀들을 챙겼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약은 사람을 지속적으로 돕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결국 사람들은 죽어 나갔습니다.



“우리 진료소에서는 신생아와 엄마들도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들이 가장 걱정이었죠. 막 아이를 낳았던 두 명의 엄마가 있었어요. 그들은 트로스티아네츠에 살지 않았는데, 버스가 없어서 6km를 걸어 우리 진료소를 찾아왔죠. 언제든 포격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했습니다. 전 그들이 안전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길 계속 기도했습니다.”

트로스티아네츠에서의 분쟁 상황이 멈춘 후, 스빗라나와 동료들은 의료 시설의 피해를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모든 건물이 피해를 보았습니다. 엑스레이 병원의 창문은 모두 깨져 있었고, 지붕도 무너져 있었습니다. 녹아내린 눈 때문에 홍수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수리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스빗라나는 우리(취재진)에게 진행 상황을 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어린이 외래 진료소가 파괴되면서, 이 근방에 사는 5,0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이 건물을 재건해서 어린이 외래 진료소를 세우기로 했어요.

메데어가 이 프로젝트를 도와준 덕분에 저의 꿈 중 하나가 이루어졌죠. 마침내 우리 소아과 의사들은 편안한 환경에서 어린이들을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스빗라나는 말했습니다.



메데어의 주거팀은 파괴된 진료소의 지붕을 수리했고, 창문을 교체했으며 난방 시스템을 복구했습니다. 사무실 장비와 의료 장비 구입도 완료되었고, 곧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진료소가 문을 열 것입니다.

스빗라나는 무엇보다 평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수년간 사랑으로 지어온 이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폭탄이 사라진, 평화로운 세상을 말입니다.

메데어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부터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내에서 긴급구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메데어의 우크라이나 긴급구호는 스위스 연대(Swiss Solidarity)를 비롯한 기관과 많은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글. 배고은


[문의]: 메데어 코리아 korea@medai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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